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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리니치 가는 법|본초자오선·천문대 입장료·소요시간 총정리

2026-07-17 · 이심바로
그리니치 공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퀸스 하우스와 옛 왕립 해군대학, 멀리 카나리 워프의 스카이라인
사진: Daniel Case,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그리니치를 두고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본초자오선 위에 발 하나씩 걸치고 사진 한 장 찍는 곳 아닌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한 장을 위해 시내에서 40분을 이동해야 하죠. 그것만 보고 돌아온다면, 솔직히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그리니치의 진짜 문제는 반대입니다. 여기는 하루를 통째로 써도 모자란 동네예요. 세계에서 가장 큰 범선 박물관, "영국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리는 천장화, 런던에서 가장 좋은 무료 전망대, 주말마다 서는 시장이 걸어서 10분 안에 다 있습니다. 이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에요.

그래서 이 글의 핵심은 어디까지 볼지 미리 정하고 가는 것입니다. 자오선만 찍고 올 건지, 반나절을 쓸 건지에 따라 준비가 완전히 달라져요.

한눈에 보기 왕립 천문대는 유료(자오선 라인은 천문대 구역 안) · 그리니치 공원·언덕 전망은 무료 · 커티삭·페인티드 홀은 각각 별도 입장권 · 요금과 운영시간, 통합권 구성은 바뀔 수 있으니 왕립박물관 그리니치 공식 홈페이지 확인 · 런던 시내에서 DLR·기차·템스강 보트로 30~50분 · 자오선만 2시간, 제대로 보면 하루

그리니치는 어떤 곳?

그리니치는 템스강 남쪽의 옛 왕실 영지입니다. 지금 이 동네가 세계 지도에 이름을 남긴 이유는 하나예요. 경도 0도가 여기를 지나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1675년, 찰스 2세가 왕립 천문대를 세우면서입니다. 목적은 낭만적인 게 아니었어요. 당시 배들은 바다 위에서 자기 경도를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위도는 태양 높이로 알 수 있었지만, 경도는 정확한 시계가 없으면 계산이 안 됐어요. 경도를 몰라 좌초하는 배가 속출했고, 그건 해양 제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천문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국가 연구소로 출발했어요.

건물 설계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은 크리스토퍼 렌이 맡았습니다. 1676년에 완성된 이 건물이 플램스티드 하우스로, 초대 왕실 천문관 존 플램스티드의 이름을 땄어요. 관측실이자 살림집이었습니다.

경도 0도가 여기로 확정된 건 1884년입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삼기로 합의했어요. 기준선은 1851년에 설치된 에어리 자오환이라는 망원경이 가리키는 선이었습니다. 지구를 나누는 선이 특정 망원경 하나로 정해진 셈이에요.

그리니치 일대는 "마리타임 그리니치"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천문대만이 아니라 옛 왕립 해군대학, 퀸스 하우스, 공원까지 묶인 지정이에요.

왜 가볼 만할까?

  • 경도 0도에 서 볼 수 있습니다. 지구의 좌표계가 시작되는 물리적인 선이 바닥에 그어져 있어요. 다른 데서 못 하는 경험입니다.
  • 런던 최고의 무료 전망이 있습니다. 천문대 앞 언덕에서 퀸스 하우스, 해군대학, 그리고 그 너머 카나리 워프의 마천루가 한 프레임에 들어와요. 표가 필요 없습니다.
  • 볼거리 밀도가 높습니다. 천문대·커티삭·해군대학·시장·박물관이 다 걸어서 10분 안이에요.
  • 무료인 곳이 많습니다. 국립해양박물관과 퀸스 하우스는 대체로 무료 개방이고, 공원도 무료입니다.
  • 가는 길이 관광입니다. 템스강 보트로 가면 런던 아이·타워 브리지를 지나며 강에서 도시를 보게 돼요.

핵심 볼거리

왕립 천문대와 본초자오선

천문대 안뜰 바닥에 금속 선 하나가 그어져 있습니다. 이게 본초자오선이에요. 여기 서서 양발을 동반구와 서반구에 하나씩 걸치는 게 그리니치의 상징적인 사진입니다. 밤에는 이 선을 따라 초록색 레이저가 런던 하늘로 쏘아 올려집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휴대폰 GPS를 켜고 이 선 위에 서면 경도가 0.0000이 안 나옵니다. 현대 위성 측지계의 기준점이 100m가량 동쪽에 있거든요. 그래서 GPS상의 진짜 0도는 공원 안 다른 자리에 있어요. 사람들이 이 선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플램스티드 하우스와 해리슨의 시계

크리스토퍼 렌이 지은 원래 천문대 건물입니다. 붉은 벽돌 위에 팔각형 방이 얹혀 있어요.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게 존 해리슨의 항해용 시계 H1~H4입니다. 앞서 말한 "경도 문제"를 실제로 푼 물건이에요. 배 위에서 흔들리고 온도가 바뀌어도 정확히 가는 시계를 만들면 경도를 계산할 수 있는데, 시계공이었던 해리슨이 평생을 바쳐 이걸 해냈습니다. H1부터 H4까지 나란히 전시돼 있고, 앞의 세 대는 지금도 움직입니다. 톱니가 돌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시간이 갑니다.

타임 볼과 셰퍼드 게이트 시계

플램스티드 하우스 지붕 위에 붉은 공이 하나 얹혀 있습니다. 1833년부터 매일 오후 1시에 이 공이 떨어져요. 강 위의 배들이 이걸 보고 시계를 맞추라고 만든 세계 최초의 공개 시보 장치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작동하니, 시간을 맞춰 가면 볼 수 있어요. (다만 작동 여부는 날씨·정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당일 안내를 확인하세요.)

천문대 정문 벽에는 셰퍼드 게이트 시계가 붙어 있습니다. 24시간 눈금으로 그리니치 표준시를 보여주는데, 문 밖에 있어서 표 없이도 볼 수 있어요.

그레이트 이퀴토리얼 망원경과 천체투영관

천문대 안 양파 모양 돔 안에는 28인치 그레이트 이퀴토리얼 망원경이 들어 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큰 굴절 망원경이에요. 길 건너편에는 피터 해리슨 천체투영관이 있어, 별도 회차로 상영을 봅니다. 아이 동반이라면 여기가 반응이 좋아요.

언덕 위 전망 (무료)

천문대 앞 잔디 언덕이 사실상 그리니치 최고의 무료 명소입니다. 퀸스 하우스의 흰 건물, 그 뒤 옛 왕립 해군대학의 쌍둥이 돔, 템스강, 그리고 카나리 워프의 유리 마천루가 순서대로 겹쳐 보여요. 옛 영국과 현대 금융 도시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각도라, 런던에서 이만한 구도가 드뭅니다.

커티삭

세계에 남은 마지막 티 클리퍼입니다. 19세기에 중국에서 차를 싣고 가장 빨리 달렸던 범선으로, 150년이 넘었어요. 지금은 마른 부두에 유리 구조물로 떠받쳐 놓았는데, 배 밑바닥 아래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전시 방식입니다. 선체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가 압권이에요.

옛 왕립 해군대학과 페인티드 홀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한 바로크 건물군입니다. 하이라이트는 페인티드 홀이에요. 제임스 손힐이 19년에 걸쳐 그린 천장화가 홀 전체를 덮고 있어, "영국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립니다. 누워서 볼 수 있게 거울이나 소파를 두는 편이라, 목을 꺾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요. 별도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퀸스 하우스와 국립해양박물관

퀸스 하우스는 이니고 존스가 설계한 영국 최초의 고전주의 건물입니다. 흰색 정육면체 같은 외관이 당시로선 충격적이었어요. 안에는 미술 컬렉션이 있고, 나선 계단(튤립 스테어스)이 유명합니다. 국립해양박물관과 함께 대체로 무료로 개방되는 편이에요.

소요시간별 코스

  • 2시간(자오선만): 그리니치 도착 → 언덕 오르기 → 천문대·자오선 사진 → 언덕 전망 → 복귀. 최소 코스입니다.
  • 반나절(4~5시간): 커티삭 → 그리니치 시장에서 점심 → 국립해양박물관 → 언덕 → 천문대.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딱 맞아요.
  • 하루: 위 코스에 페인티드 홀, 퀸스 하우스, 그리니치 공원 산책까지. 배로 가서 DLR로 돌아오면 이동 자체도 즐거워집니다.

꼭 다 봐야 하냐고요?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자오선 사진 한 장만이 목적이면 그리니치는 굳이 갈 필요가 없어요. 이동 시간이 아깝습니다. 반대로 반나절 이상 쓸 생각이면 런던에서 가장 알찬 하루가 될 수 있는 동네예요. 이 둘 중 어느 쪽인지 먼저 정하세요.

꿀팁 언덕은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그리고 천문대 표를 안 사도 언덕 전망과 셰퍼드 게이트 시계는 볼 수 있어요. "자오선 바닥 선 사진"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무료 구간만으로도 그리니치의 대표 장면은 챙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리슨의 시계를 보고 싶다면 표는 값어치를 합니다.

가는 법

그리니치는 런던 시내에서 동쪽으로 30~50분 거리입니다.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각각 성격이 달라요.

  • DLR(경전철): 가장 일반적입니다. 커티삭(Cutty Sark) 역이 관광지 한복판이에요. 뱅크·타워 게이트웨이·스트랫퍼드에서 지하철과 연결됩니다. 다만 이 역은 공사로 폐쇄된 기간이 있었으니, 운행 여부를 반드시 구글 지도나 TfL에서 확인하세요. 닫혀 있으면 아일랜드 가든스 역에서 내려 그리니치 보행자 터널로 강 아래를 걸어 건너거나, 그리니치 역을 이용하면 됩니다.
  • 기차: 런던 브리지·캐넌 스트리트에서 그리니치 역으로 가는 노선이 있습니다.
  • 템스강 보트(우버 보트/템스 클리퍼):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웨스트민스터나 런던 아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타워 브리지 아래를 지나 강에서 런던을 보며 그리니치에 닿습니다. 이동이 곧 관광이 돼요. 다만 지하철보다 요금이 비싸고 시간이 더 걸립니다.

갈 때는 배, 올 때는 DLR로 잡으면 두 가지를 다 경험할 수 있어요. 다만 노선·요금·운항 시간표·역 운영 상황은 자주 바뀌니 구글 지도에서 당일 실시간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언제 가면 좋을까

  • 오전 일찍: 언덕이 한산하고, 자오선 앞에 줄이 짧습니다. 사진이 목적이라면 이 시간대예요.
  • 오후 1시 전후: 타임 볼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보고 싶다면 여기 맞춰 언덕에 있으세요.
  • 주말: 그리니치 시장이 가장 활기찬 때입니다. 대신 사람이 많아요.
  • 해 질 무렵: 언덕에서 보는 카나리 워프의 야경이 좋습니다. 다만 천문대는 이미 닫은 뒤일 수 있어요.
  • 맑은 날: 언덕 전망이 이 동네의 핵심인데, 비가 오면 그 전망이 사라집니다. 런던 일정 중 날씨가 가장 좋은 날을 그리니치에 배정하는 게 현명해요.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 언덕이 가파릅니다. 천문대까지 올라가는 잔디 경사가 짧지만 꽤 급해요. 편한 신발이 필요합니다.
  • 자오선 앞에는 줄이 섭니다. 다들 같은 사진을 찍으려 하니, 성수기 낮에는 기다려야 해요.
  • 무료와 유료가 섞여 있습니다. 공원·언덕·해양박물관·퀸스 하우스는 대체로 무료, 천문대·커티삭·페인티드 홀은 유료예요. 어디가 무료인지 먼저 확인하면 예산이 크게 달라집니다.
  • 하루가 짧습니다. 다 보려고 욕심내면 어느 것도 제대로 못 봐요. 두세 곳만 고르세요.
  • 런던 패스류에 포함되는 시설이 있습니다. 패스를 샀다면 어디가 포함인지 확인하세요.
  • 템스강 보트는 날씨의 영향을 받습니다. 강바람이 세니 겉옷을 챙기세요.

근처 함께 볼 곳

  • 그리니치 시장: 커티삭 근처의 지붕 있는 시장. 길거리 음식과 수공예품이 있고, 점심을 해결하기 좋아요.
  • 그리니치 공원: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왕실 공원 중 하나. 사슴이 있는 구역도 있습니다.
  • 그리니치 보행자 터널: 템스강 아래를 걸어서 건너는 100년 넘은 터널. 무료이고, 건너편 아일랜드 가든스에서 그리니치를 되돌아보는 각도가 좋아요.
  • 오투 아레나(밀레니엄 돔): 강 건너 북쪽. 지붕 위를 걸어 오르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행 데이터 준비

그리니치는 교통편 선택지가 많은 게 오히려 함정인 동네입니다. DLR·기차·보트가 다 되는데 각각 소요 시간과 요금이 다르고, 역 공사나 주말 운행 변경도 잦아요.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어느 방법이 가장 빠른지"를 구글 지도로 확인하지 않으면 엉뚱한 길로 돌아가게 됩니다. 돌아오는 배가 끊기는 시간도 확인해야 하고요.

여기에 천문대·커티삭·페인티드 홀의 잔여 시간대를 그 자리에서 예매하고, 컨택리스로 개찰한 요금이 맞는지 확인하고, 언덕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보내는 것까지 더하면 인터넷은 사실상 필수예요.

영국 일정은 프랑스·네덜란드 같은 이웃 나라와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나라마다 유심을 바꾸는 대신 여러 나라에서 그대로 쓰는 유럽 eSIM을 미리 준비해 두면, 히스로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다음 도시까지 설정을 다시 만질 일이 없습니다. 유럽 패스에 영국이 포함되는지는 상품마다 다르니, 구매 전에 포함 국가 목록만 한 번 확인하세요.

기존 한국 회선을 함께 켜두는 듀얼심 설정이라면 한국 번호를 유지한 채 현지 데이터만 eSIM으로 쓸 수 있어요. 단, 문자 수신과 인증은 사용 중인 통신사의 로밍 상태와 휴대폰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국 전에 한 번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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