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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우스 가는 법|싱가포르 최고(最古) 건물·소요시간·코끼리 동상 총정리

2026-07-17 · 이심바로
싱가포르 시빅 디스트릭트에 있는 아트 하우스(옛 국회의사당)의 흰색 기둥과 노란 벽 외관
사진: Balon Greyjoy, CC0 / Wikimedia Commons

싱가포르 강변을 걷다 보면 흰 기둥과 노란 벽의 낮은 건물 하나를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옆에 국립미술관과 아시아문명박물관 같은 화려한 이름들이 있으니 당연해요. 그런데 그 건물 박공에 적힌 글자를 읽어보면 The Arts House at the Old Parliament입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법이 만들어지던 곳이자, 이 도시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에요. 1827년에 세워졌습니다. 래플스가 상륙한 지 겨우 8년 뒤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러 반나절을 빼서 갈 곳은 아니지만 시빅 디스트릭트를 걷는다면 반드시 들어가 봐야 할 곳입니다. 입장이 무료이고, 20분이면 충분하고, 200년 전 건물 안에서 200년의 역사가 한 번에 정리됩니다. 무엇보다 이 건물을 알고 나면 주변 산책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져요.

한눈에 보기 건물 입장 무료(개별 공연·전시는 별도 유료일 수 있음) · 싱가포르 시빅 디스트릭트, 싱가포르 강 바로 옆 · MRT 래플스 플레이스·시티홀·클라크 키역에서 도보권 · 관람 20분~1시간 · 문 앞 청동 코끼리 동상은 1871년 태국 쭐랄롱꼰 왕의 선물 · 운영시간과 공연 일정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

아트 하우스는 어떤 곳?

이 건물의 이력서는 싱가포르 근현대사 그 자체입니다.

시작은 1826~27년, 스코틀랜드 상인 존 아가일 맥스웰(John Argyle Maxwell)의 개인 저택으로 지어졌습니다. 설계자는 조지 드럼굴 콜먼(George Drumgoole Coleman)이었어요. 초기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과 주요 건물을 도맡아 "싱가포르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양식은 신팔라디오 양식(Neo-Palladian)으로, 대칭적인 정면과 열주가 특징이에요.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맥스웰은 이 집에 한 번도 살지 못했습니다. 건물이 들어선 땅의 소유권을 두고 정부와 분쟁이 붙었기 때문이에요. 1827년 6월에 타협이 이뤄져 맥스웰은 999년 임차권을 얻는 대신, 집은 월 500루피를 받고 정부에 빌려주게 됩니다. 개인 저택으로 지은 집이 처음부터 관청으로 쓰인 셈이에요.

이후 용도가 계속 바뀝니다. 법원과 관청으로 쓰이다가 1875년부터는 대법원(Supreme Court)이 들어왔어요. 1870년대부터 1900년대에 걸쳐 여러 차례 증축되면서 콜먼의 원래 설계 위에 빅토리아 시대 요소가 덧붙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재건을 거쳐 1953년에 입법의회 건물(Assembly House)이 됐고, 1965년 독립과 함께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이 됐습니다. 이 나라의 초기 법률이 여기서 만들어진 거예요.

국회는 1999년에 바로 옆의 새 국회의사당으로 옮겨갔습니다. 빈 건물이 된 이곳은 1992년에 이미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상태였고, 4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거쳐 2004년 3월에 예술 공간 "아트 하우스"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공식 명칭이 아트 하우스 앳 디 올드 팔러먼트(The Arts House at the Old Parliament)예요. 저택 → 법원 → 대법원 → 의회 → 국회 → 예술 공간. 건물 하나가 200년 동안 이만큼 살아온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왜 가볼 만할까?

  • 무료입니다. 건물에 들어가 둘러보는 데 돈이 들지 않아요. 시빅 디스트릭트의 유료 시설들 사이에서 부담 없이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 "가장 오래된"이라는 타이틀이 진짜입니다. 싱가포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정부 건물이자, 사실상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건물로 꼽힙니다. 1827년이라는 숫자의 무게가 있어요.
  •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법이 만들어지던 방이 지금은 공연장입니다. 이런 경험은 흔치 않아요.
  • 에어컨이 있습니다. 우습게 들리지만 진심입니다. 싱가포르 시빅 디스트릭트를 걷다 보면 30도 넘는 더위에 지치는데, 무료로 들어가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은 귀합니다.
  • 동선이 완벽합니다. 싱가포르 강, 아시아문명박물관, 빅토리아 극장, 멀라이언 파크가 전부 도보 5~10분이에요. 걷다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됩니다.
  • 관광객이 적습니다. 바로 옆 명소들이 인파를 다 가져가서, 여기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요.

핵심 볼거리

코끼리 동상

건물 앞 하얀 받침대 위에 올라선 청동 코끼리 동상입니다. 그냥 장식이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동상 중 하나예요.

1871년 3월 16일, 태국(당시 시암)의 쭐랄롱꼰 왕(라마 5세)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습니다. 시암 군주가 외국 땅을 밟은 최초의 사례였어요. 왕은 이 방문을 기념해 방콕에서 청동으로 주조한 코끼리 상을 싱가포르에 선물했고, 1872년에 세워졌습니다. 원래 자리는 빅토리아 메모리얼 홀 앞이었는데, 1919년에 래플스 동상을 세우면서 지금 위치로 밀려났어요.

받침대의 명문을 꼭 보세요. 영어·중국어·태국어·자위(Jawi) 네 가지 문자로 같은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시암의 국왕이 외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상륙했다는 기록이에요. 이 네 개의 문자가 나란히 놓인 것 자체가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챔버(The Chamber)

옛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의원들이 앉아 법안을 놓고 논쟁하던 바로 그 방이 지금은 약 15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쓰여요. 실내악 연주회나 낭독회가 열립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 개방돼 있다면 들어가 보세요. 방의 구조와 목재 마감에서 의사당의 흔적이 그대로 읽힙니다. 개방 여부는 그날 대관 일정에 따라 달라지니 방문 시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는 게 확실합니다.

건물 자체와 복도

콜먼의 신팔라디오 설계 위에 빅토리아 시대의 증축이 겹쳐 있어서, 건물을 걸으며 시대의 층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두꺼운 벽, 높은 천장, 아치가 이어지는 회랑, 열대 기후에 맞춘 창과 셔터. 에어컨이 없던 시절 열대에서 어떻게 건물을 지었는지가 그대로 보여요.

전시와 공연 공간

챔버 외에도 갤러리, 소극장, 상영실 같은 공간이 있고 상시로 전시와 공연이 돌아갑니다. 특히 싱가포르 작가 축제(Singapore Writers Festival) 같은 큰 행사의 중심 무대가 되는 곳이에요. 전시는 대체로 무료지만 공연은 별도 티켓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 관심 있으면 미리 확인하세요.

소요시간별 코스

  • 10분(지나가는 길에): 코끼리 동상과 명문 확인 → 정면 외관 사진 → 이동. 강변 산책 중 잠깐 들르는 코스예요.
  • 20~30분(가장 추천): 동상 → 로비와 복도 → 열려 있는 전시 한 바퀴 → 챔버가 개방돼 있으면 안까지.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 1~2시간(제대로): 전시를 찬찬히 보고, 카페에서 쉬고, 공연 일정이 맞으면 관람까지. 더위를 피하며 쉬어 가는 용도로도 좋아요.

꼭 안까지 봐야 하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이곳은 "볼거리"보다 "맥락"이 핵심인 장소입니다. 화려한 전시물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어요. 대신 이 건물의 이력을 알고 5분만 서 있으면, 바로 옆의 새 국회의사당과 강 건너 마천루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시빅 디스트릭트 산책의 출발점으로 삼기 가장 좋은 곳이에요.

가는 법

아트 하우스는 싱가포르 강 북쪽의 시빅 디스트릭트 안,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쪽에 있습니다. 주소는 올드 팔러먼트 레인(Old Parliament Lane)이에요.

MRT로는 래플스 플레이스역(Raffles Place), 시티홀역(City Hall), 클라크 키역(Clarke Quay)이 모두 도보권입니다. 어느 역이 편한지는 출발지와 노선에 따라 달라져요. 래플스 플레이스에서는 강을 건너오게 되고, 시티홀에서는 국립미술관 쪽에서 내려오는 방향입니다.

다만 역별 도보 시간과 출구 위치, 강을 건너는 다리의 경로는 실제로 걸어보면 헷갈리니 구글 지도로 실시간 경로를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시빅 디스트릭트는 비슷하게 생긴 하얀 식민지 시대 건물이 여러 채 모여 있어서, 아시아문명박물관이나 빅토리아 극장과 헷갈리기 쉬워요. 박공에 "The Arts House At The Old Parliament"라고 적힌 건물을 찾으면 됩니다.

언제 가면 좋을까

  • 한낮(정오~오후 3시):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밖이 가장 더울 때 실내로 들어가는 셈이니, 시빅 디스트릭트 도보 코스의 중간 휴식 지점으로 삼으세요.
  • 오전: 조용합니다. 사진을 찍기에도, 건물을 천천히 보기에도 좋아요.
  • 해 질 무렵: 건물 외관에 노란빛이 돌고 강변 산책과 이어집니다. 다만 내부 운영은 종료됐을 수 있어요.
  • 공연이 있는 저녁: 챔버에서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라면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됩니다. 일정이 맞는지 미리 확인해 볼 만해요.

꿀팁 아트 하우스는 그 자체를 목적지로 잡기보다 "시빅 디스트릭트 도보 코스의 첫 정거장"으로 쓰는 게 정답입니다. 아트 하우스에서 시작해 → 아시아문명박물관 → 엠프레스 플레이스 → 강변을 따라 멀라이언 파크 → 마리나 베이로 이어지는 동선이 아주 자연스러워요. 200년 전 건물에서 시작해 현재의 스카이라인으로 끝나는, 싱가포르의 시간 순서를 그대로 걷는 코스가 됩니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 화려한 박물관이 아닙니다. 기대치를 맞추고 가세요. 유물 전시관이 아니라 역사적인 건물에 들어선 현역 예술 공간입니다.
  • 운영시간과 개방 구역이 유동적입니다. 대관 행사나 공연 때문에 특정 공간이 닫혀 있을 수 있어요. 챔버를 꼭 보고 싶다면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공연은 대체로 유료입니다. 건물 입장은 무료지만 개별 공연·행사는 티켓이 필요할 수 있어요.
  • 편한 신발. 이곳만 보면 짧지만, 시빅 디스트릭트 자체가 걷는 동네입니다.
  • 우산이나 양산. 싱가포르 오후의 스콜은 예고 없이 쏟아집니다. 건물 안에서 잠깐 피해 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 코끼리 동상 명문은 놓치기 쉽습니다. 받침대 아래쪽을 봐야 보입니다. 이걸 안 보면 이 장소의 절반을 놓치는 셈이에요.

근처 함께 볼 곳

  • 아시아문명박물관: 도보 2~3분. 엠프레스 플레이스의 아시아 문명 컬렉션으로, 시빅 디스트릭트에서 가장 알찬 유료 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 빅토리아 극장·콘서트홀: 바로 옆의 시계탑 건물. 원래 코끼리 동상이 서 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옛 대법원과 시청 건물을 개조한 대형 미술관. 대법원이 이 자리를 떠나 어디로 갔는지 이어서 보게 되는 셈이에요.
  • 래플스 상륙지·싱가포르 강변: 강을 따라 클라크 키 방향으로도, 멀라이언 파크 방향으로도 걷기 좋습니다.
  • 멀라이언 파크·마리나 베이: 도보 10~15분. 200년 전 건물에서 현재의 스카이라인으로 넘어가는 마무리 코스입니다.

여행 데이터 준비

아트 하우스는 데이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특히 큰 곳입니다. 시빅 디스트릭트에는 비슷하게 생긴 하얀 식민지 시대 건물이 여러 채라 구글 지도 없이는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기 쉽고, 그날 어떤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지, 챔버가 열려 있는지도 공식 사이트에서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해요.

무엇보다 이 건물은 검색하면서 봐야 재밌습니다. 코끼리 동상 명문에 적힌 쭐랄롱꼰 왕이 누구인지, 자위 문자가 뭔지, 콜먼이 지은 다른 건물은 어디 있는지 그 자리에서 찾아보면 산책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이어서 걸을 강변 코스를 다시 짜거나 근처 식당을 검색할 때도 인터넷이 필요하죠.

그래서 싱가포르 도착 즉시 데이터가 켜지도록 싱가포르 eSIM을 미리 준비해 두는 걸 추천해요. 창이공항에서 유심을 갈아 끼우거나 와이파이 도시락을 빌리러 줄 설 필요 없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연결됩니다.

기존 한국 회선을 함께 켜두는 듀얼심 설정이라면 한국 번호를 유지한 채 싱가포르 데이터만 eSIM으로 쓸 수 있어요. 단, 문자 수신과 인증은 사용 중인 통신사의 로밍 상태와 휴대폰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국 전에 한 번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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